목사님 칼럼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Nomen Omen" (이름이 운명이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깁니다. 아니, 이름만 남깁니다. 아무리 대단한 학식과 권세와 재물을 가졌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단 죽으면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소유할 수 없습니다. 남는 것은 오직 이름 뿐입니다. 생전에 아무리 대단하고 요란한 삶을 살았어도 죽은 후에 좋은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면, 결코 잘 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름은 곧 기억입니다. 아름다운 기억은 그의 뒤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은 곧 영향력이기도 합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人死留名)라는 속담은 곧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살던 주변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Repetita Iuvant" (반복은 유용하다)
사람은 언제나 반복을 통해 배웁니다. 반복없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태아가 어머니의 몸 속에 있을 때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태반과 탯줄을 통해서 어머니로부터 산소를 공급 받습니다. 어머니가 산소를 들이마시면 태아도 산소를 들이마시고, 어머니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태아도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발산합니다. 어머니와 한 숨이 되어 함께 호흡을 합니다. 그러다가 27주쯤 되면 태아의 횡격막과 흉부 근육이 발달하면서 어머니가 숨을 들이마시고 배출할 때마다 어머니의 숨을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두르라)
세상에는 서로 다른 뜻을 가진 말들이 함께 쓰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슬픈 미소, 침묵의 절규, 텅빈 충만, 비폭력의 폭력 같은 서로 모순된 말들이 절묘한 결합을 이룹니다. “Festina Lente”도 “천천히”(Lente)와 “서두르라”(Festina)는 서로 부딪치는 두 단어가 함께 섞여 사용된 말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학자였던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는 수많은 라틴어 문구 중에서 이 말을 좋아해서 자신의 격언집 “아다지아”(Adagia)에 우선적으로 선별해서 집어넣었습니다. 이 격언은 원래 로마의 첫번째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인생 좌우명이었습니다.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Mandrabuli More Res Succedit" (일이 만드라불루스 꼴로 흘러간다)
그리스에 만드라불루스(Mandrabulus)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엄청난 보물이 묻혀 있는 광산을 발견하고 너무 기뻐서 헤라 신전에 황금 양을 바쳤습니다. 그는 엄청난 보물을 보면서 해마다 이 정도의 제물은 헤라 신에게 쉽게 바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드라불루스는 씀씀이가 헤펐습니다. 이미 많은 재물이 보물창고에서 시나브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해에는 은으로 제물을 드리고, 그 다음 해에는 동으로 제물을 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물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쁨과 감동이 식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나중에는 매년 드리던 제물을 야마리없이 건너 띄게 되었습니다.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 "Letum non omnía fínít"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지금도 가끔 눈을 감고 있으면 신학생 시절에 라틴어를 배우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의 고전어들이 그렇지만, 라틴어 역시 복잡한 어미 변화 때문에 매 수업시간마다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어는 딱딱 부러지는 듯한 짧은 경구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심오한 뜻을 담고 있으면서도 거추장스러운 설명없이 마음 속에 쏙쏙 심겨지는 진리들이 신선했습니다. 당시 라틴어 수업을 가르쳐 주신 분이 가톨릭 교회의 신부님이셨는데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아주 엄한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