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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8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진룡(眞龍)

많은 사람들이 인생 역전을 꿈꿉니다. 힘든 바닥 살이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로 찬사를 보내며 부러워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천하절경(天下絶景)의 깊은 골짜기나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용이 나온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왜 조그맣고 더러운 개천에서 영물이라는 용이 태어나겠습니까? 굳이 “개천”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그 사람이 처한 입장이 말할 수 없이 비루하고 절망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의 자리를 강조하는 단어입니다. 한국 속담에는 용(龍)과 연관된 것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특히, 비천한 것들과 용을 비교하여 표현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미꾸라지 용 됐다”,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한다”, “미꾸라지 천년에 용 된다” 그리고 “용이 개천에 떨어지면 미꾸라지가 된다”는 것과 같은 속담들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극과 극의 상황, 즉 뛰어넘을 수 없는 계층적인 차이를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들입니다.

어떤 때는 미꾸라지 대신 진흙 속에 사는 “지렁이”를 용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지렁이를 “흙 속에 사는 용”, 즉 “토룡”(土龍) 또는 “지룡”(地龍)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뱀과 용을 하나로 묶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산 큰 뱀이나 구렁이를 “이무기”라고 불렀는데, 옛날 사람들은 뱀이 오백 년을 묶게 되면 이무기가 되고, 그 이무기가 다시 오백 년을 더 지나게 되면 용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용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동물들이 “미꾸라지”, “지렁이” 그리고 “뱀”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개천에 사는 미꾸라지나 진흙 뻘 속에 들어 있는 지렁이 그리고 음침한 늪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뱀과 같은 미천한 미물들이 신령한 존재인 “용”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 진진하고 가슴 벅찬 이야기이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까요? 미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용이 되는 세상은 결코 건강하거나, 바람직한 세상이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에 중국 동화책에서 “잉어”가 용이 되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잉어도 용이 되나?”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 저 책 찾아보다가 옛날 우리나라 고서(古書)나 중국의 책들 중에 잉어가 용이 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사실, 용의 얼굴이나 생김새를 살펴보면, 미꾸라지나 지렁이 그리고 뱀보다는 오히려 잉어가 용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쪽 볼에 길게 늘어진 수염이라든지, 부리부리한 큰 눈, 그리고 온 몸을 뒤덮은 큰 비늘들은 잉어와 용이 가장 많이 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들입니다. 삼급수의 혼탁한 물에 사는 미꾸라지나 뻘 진흙 속에 사는 지렁이 그리고 늪지대를 기어 다니는 뱀 보다는 오히려 잉어가 용이 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어변성룡도”라는 이름의 민화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급제해서 관직에 오르는 것을 잉어가 물을 박차고 튀어 올라 용으로 변하는 모습에 비유해서 그린 그림들입니다. 이 “어변성룡도”에 따르면, 잉어가 용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고통의 과정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선, 현실을 거부하고, 거친 물살을 역류하며 가파른 협곡으로 올라가는 필살의 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극심한 몸부림으로 자갈에 치이고, 모래에 온 몸이 패여 비늘은 떨어지고, 상처로 가득해도 잉어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강마루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게해서 잉어가 협곡 꼭대기에 이르게 되면, 마지막으로 치뤄야 하는 화룡점정의 의식이 남아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물 밖으로 높이 치솟아 오르는 일입니다. 탈진한 몸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용이 되려면 그런 초자연적인 노력을 반드시 감당해야 합니다. 물 밖으로 튀어 오른 잉어는 몸을 뒤틀어서 꼬리를 태양 쪽으로 향하도록 해야 합니다. 완전한 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렬한 태양 빛에 자신의 꼬리를 불태워 잘라 내야 합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잠린소미”(潛鱗燒尾)입니다. “꼬리를 태워야 용이 된다”는 뜻입니다. 강렬한 태양 빛에 꼬리를 다 태워버리면, 잉어는 서서히 얼굴이 용의 형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태양에서 떨어지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게 됩니다. 진정한 용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당황스러울 만큼 장황하고 엽기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용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옛 선조들은 이런 황당한 용이 되는 이야기들을 지어낸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용이 되고 싶어합니다. 용(龍)이 되기 위해서 “용”을 쓰며 살아갑니다. 용이 된다는 것은 곧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꼬리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불사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소중한 가족들도 불사르고, 절친했던 관계도 불질러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 마저도 다 태워버립니다. 마침내, 재 밖에는 남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병든 용”이 되든지 아니면 죽어서 “승천”(?)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용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자식에게도 성공을 대물림 하려고, 더 많은 부와 재산을 소유하기 위해서 사람은 불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정도 끊고,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인연도 져버립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해서 용이 된 사람들 중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들은 어쩌면 미꾸라지였을 때 잔뜩 있었습니다. 행복은 용이 되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것들을 곳곳에 심어 주셨습니다. 몇 주 전에 “파워 볼”(Power ball) 복권 13억달러(약 1조8000억 원)의 당첨자가 발표 되었습니다. 당첨자는 오리곤(Oregon) 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라오스 출신의 이민자 “쳉 새판”(46) 씨입니다. 원래는 2020년에 발행된 복권인데 이제서야 당첨자가 발표된 것입니다. 오리건 주는 복권 1등 당첨자는 무조건 신분을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당첨자는 반드시 자신의 신원을 공개해야 합니다. 쳉 새판씨는 1994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한번 멋진 용이 되어서 행복하게 잘 살아 보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미국으로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힘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다가 안타깝게도 암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재발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일도 할 수 없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린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자기를 항상 애정으로 돌봐 준 이웃 집 친구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신세만 지는 자신이 너무 슬펐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워 볼 당첨자가 없어서 당첨금이 1조 8,000억 원까지 올라갔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쳉 새판씨는 “하나님이 자신의 망가진 인생에 기적을 일으켜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복권 20장을 샀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그는 정말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복권을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친구 부부에게 공평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들어 온 이 행운의 돈으로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의사를 구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쳉 새판씨는 “만약, 이 돈을 다 사용해서라도 병을 고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만 있게 된다면, 서슴지 않고, 이 엄청난 돈을 모두 다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건강하고,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이미 1조 8000천 억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다!” 쳉 새판씨가 자기에게 들어온 모든 행운을 다 내어주고, 되려고 했던 대상이 바로 여러분이기 때문입니다. 고고하고 수려하게 홀로 하늘을 떠도는 용보다는 비록 진흙탕을 구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용 중의 용일 것입니다. 이 귀한 진리를 꼭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