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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5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프랑스의 사진작가 “토마스 소빈”(Thomas Sauvin)은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오랜 기간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사진 작품을 수집한 사람입니다. 중국은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경제 발전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외래 문물이 순식간에 몰려오고,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맥도날드, 코카콜라 같은 신문물들이 꽃피우게 됩니다.

소빈은 격변기를 겪는 중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버려지는 “네가티브 필름들”(negative films) 50만 장을 수집해서 현상하고, 스캔하고, 재 분류하면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섯 권의 사진 작품집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유럽과 서방 세계에 소개합니다. 그중에서 1980년부터 1990년까지 10년 동안 수집한 중국의 결혼식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랑과 신부가 함께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책으로 발간했는데, 그 책의 제목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Until Death Do Us Part)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예전에는 두 신혼부부가 해맑은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그렇게도 아름다웠나 봅니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하얀 이를 활짝 들어내며 유해물질인 담배 연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는 두 부부의 모습과 사진첩의 제목이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젊은 예비부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쳐들어와서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코비드 바이러스”(Covid-19)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복하던 결혼식이 점차 사라지고,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만 모여 간단하게 치루는 결혼식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두 예비부부와 가족들만 모여서 함께 여행을 하는 시간으로 결혼식을 대체하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축복을 받던 결혼식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면 이 간소화된 예식이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하게 될 ‘부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사람이 결혼할 때의 마음을 평생 동안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면, 모름지기 두 부부의 삶이 영원토록 변치 않는 천국 생활이 될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먼저 가정의 두 기둥인 부부의 관계가 강해져야 합니다. 사랑과 이해로 서로를 배려하고 지켜주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두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자녀들도 밝고 명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도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두 부부가 행복해야 그들이 다니는 교회도 부흥과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들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그들로 구성된 교회가 홀로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가정과 교회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의 출발점은 두 부부로 시작되는 ‘가정’입니다.

오늘날의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모든 작은 범죄들로부터 잔혹한 살인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그 출발점이 되는 것은 대부분 가정의 실패와 붕괴입니다. 우리가 쉽게 화두로 삼을 수 있는 각종 사회병리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흔들리는 가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의 치료는 당연히 가정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가정이 다시 건강해지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사회가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시대에 부여된 가장 큰 사명은 가정을 다시 바르게 세우는 일입니다. 성경에도 보면, 하나님이 직접 세우신 첫 번째 공동체가 가정입니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한 몸으로 지으시고, 그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면서 세상을 바로잡고, 힘 있게 이끌어갈 것을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그 명령을 바르게 이행하지 못했을 때 생겨난 것이 바로 ‘원죄’(Original Sin)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인 아내와 남편의 관계 단절입니다.

최초의 살인사건도 가정에서 일어났습니다. 가정의 실패가 곧 인류의 대홍수 재앙을 낳는 단초가 되었고, 노아의 가정을 통해 아들이 아버지를 욕보이고, 아버지가 아들을 저주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자식을 지키려고 하는 두 부부 ‘아므람과 요게벳’의 사랑과 헌신 속에서 출애굽(Exodus)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성경을 두 부부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놀랍게도 가정이 강하면 사회도 강하고, 반대로, 가정이 흔들리면 온갖 악행이 일어나 세상을 뒤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정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약성경에도 보면, 어떤 독립된 특별한 건물이 ‘교회’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것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들이 모인 가정이 “신앙 공동체”, 곧 “교회”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도 결국 가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가정을 가정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두 부부의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용기이며 인생 최고의 도전입니다. 두 부부의 결단과 노력이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을 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평범하게 생각하는 결혼이 사실은 인생에서 최고로 어려운 사명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말입니다. 서로 다른 남남으로 태어나서, 다른 가정의 문화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환상 같은 달달한 감정 하나만을 붙잡고 살았다가는 금방 풍비박산이 나고 말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하나”라는 각오로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금이 가고 말 것입니다. 중세 폴란드에 ‘에릭’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바사’ 공작을 지하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가 국가에 대해 쿠데타 혁명을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평생 지하감옥에 갇히게 될 것을 알게 된 그의 아내 ‘카타리나’는 얼른 왕을 찾아가서 자신도 함께 감옥에 투옥 시켜 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려고 하느냐?”고 왕은 단호하게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카타리나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어 왕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반지에는 “모르스 솔라(Mors Sola)”라는 글귀가 반지 안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뜻입니다. 감동한 왕은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여 남편 바사와 함께 그녀를 옥에 가두었고, 그녀는 17년 동안 남편과 함께 옥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모르스 솔라”(Mors Sola)의 전통을 따라서, 결혼식 때마다 주례자는 예비부부에게 “가난할 때나 부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한참, 신혼 기분에 들뜬 두 사람은 교회 천장이 무너질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예!”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대답하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결심이 대답한 그대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얼마 전에 뉴욕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저의 친구 목사가 30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암으로 잃었습니다. 정말 아내를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했던 팔푼이 친구입니다. 유독 몸이 약했던 아내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목회를 이어가던 그를 늘 가슴 졸이며 바라보아왔는데, 결국 30년 만에 ‘죽음’이 두 부부의 행진을 멈추게 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한 평 땅’에 묻고, 큰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굵은 눈물을 떨구었을 마음 여린 친구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부부가 아무리 사랑을 해도 반세기를 함께하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적어도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는 스스로 가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후회 없이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부가 건강해야 온 세상이 건강합니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