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칼럼 목록가기

Mar 23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위장 평화

60년 동안 살면서 단 한번도 싸우지 않고 아주 사이 좋게 지낸 두 노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절대로 음성을 높이는 법이 없었고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말을 듣기만 하면 절대로 묻지 않고 조용히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부부였습니다.

요즘같이 이혼이 많은 시대에 정말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부부라고 생각한 미국의 한 유명 방송국에서 이 두 부부를 밀착 취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게 되면 아마도 두 부부가 금슬이 좋은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부부도 흔쾌히 허락해 주어서 방송국에서는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이 두 부부가 결혼 60주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지는 록키 마운틴에 있는 한 산장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평범하게 자동차를 타고 정상으로 단번에 올라가기 보다는 당나귀 두 마리를 빌려서 각각 올라타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산꼭대기로 올라가기로 한 것입니다. 방송국의 기자는 멀찍이 떨어져서 이 두 부부를 촬영하면서 함께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할머니가 탄 나귀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랬는지 자기 등에 탄 할머니를 마구 흔들어서 땅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인자하고 온화한 할머니는 화를 내거나 욕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서서 빙그레 웃으면서 옷에 묻은 흙과 풀을 털어 냈습니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나귀의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하나!”

멀찍이 서서 할머니의 행동을 바라보던 기자는 생각했습니다. “아하! 저런 온화한 성품 때문에 그렇게 긴 세월을 남편과 살면서도 싸우지 않은 것이구나!” 저절로 감탄의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나귀에 올라탔고, 두 부부는 멈추었던 대화를 나누면서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서 아주 가파른 언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귀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못 참겠는지 앞발을 높이 지켜 들고 “히힝, 히잉” 울부짖으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결국 할머니가 또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고통 때문에 잠시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할머니는 다시 평온을 되찾고 옷을 턴 후에 다시 나귀의 안장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아까 보다 훨씬 더 차분한 목소리로 나귀에게 말했습니다. “둘!”

화를 내거나 당나귀를 발로 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평정심을 잃지 않는 할머니를 보면서 방송사의 기자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것이로구나! 저런 인내의 정신이 오랫동안의 부부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구나” 감탄을 연발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참을 가다가 똑같은 일이 재현되고 말았습니다. 나귀가 또 난리를 부리다가 할머니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할머니의 태도가 180도로 급변했습니다. 자기의 손가방에서 작은 권총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나귀에게 다가가서 머리에 세 발의 총알을 발사해 버렸습니다. “탕, 탕, 탕!” 나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할머니의 낯선 공포스러운 모습에 놀란 기자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따라 가고 있던 할아버지가 보았습니다. 그는 놀라서 할머니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보! 당신 미쳤어? 그 말 못하는 불쌍한 짐승을 그렇게 함부로 총으로 쏴죽이면 그게 정상이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면 안 돼지!” 그러자 할머니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얼굴로 할아버지를 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나!” 그러자,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조용히 할머니를 자신의 나귀에 태우고 함께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방송사 기자는 어떻게 이 노 부부가 그동안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올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까 “위장 평화”였습니다. 겉 모습은 온화하고 부드러운데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약고 같은 부부라면 어디 무서워서 살겠습니까? 개인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다 똑같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평화”를 원합니다. 그러나 세상 그 어느 곳에도 평화는 없습니다.(There is no peace in the world). 평화로운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분쟁과 다툼이 지배합니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온 세상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2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습니다.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래식 무기들을 다 소진시켜버리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언제쯤 전쟁이 끝날지 요원하기 그지 없습니다. 중동도 다시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대원들 간의 전투도 이제는 도를 넘어서 자칫 불똥이 딴 곳으로 튀고 있습니다. 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르는 위기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과 대만이 금방이라고 화마에 휩싸일 것 같은 흉흉한 소식들이 쉬지 않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의 화두인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북조선 인민공화국과의 갈등도 장난이 아닙니다. 북조선은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수틀리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조선이 하나가 되고, 미국, 일본, 대한민국이 한 동아리를 이루는 듯한 모습입니다. 매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나라들이 러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양분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러다가 다시 1970대까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냉전”(cold war) 체제가 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사태가 터질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팽배해 있습니다. 전 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어쩌면 식량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시대로 바뀔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이 마치 폭풍전야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미국도 한국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과연 아무런 문제없이 잘 선거를 치루게 될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선의 결과가 세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모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우리들의 실존적인 세상의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나 여러가지 인공지능 시스템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아서 대학원으로 몰리고 있고, 값싼 일용직으로 집결하게 되면서 학비 융자금 상환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스 미디어는 연일 발전되고 진보하는 미래의 밝은 청사진만 보여줍니다. 2030년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의학의 발달로 인해서 2040년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120살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위장 평화”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강해져서 힘으로 누르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그렇고 개인 간의 문제도 강해지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힘을 갖고 싶어 합니다. 힘이 생기면 다툼과 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 평화일 뿐입니다. 힘이 있는 존재는 결국에는 그 힘을 자신을 위해 사용합니다. 힘이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평화는 오히려 자기를 내어주는 헌신과 사랑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심으로 세상의 평화를 이루셨습니다. 십자가가 어리석어 보여도 십자가 만이 세상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개인이든, 공동체이든, 솔선해서 십자가를 질 때 그 곳에 평화가 깃드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사순절의 막바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결단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