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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5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나는 네가 필요하단다!

“자수성가”(自手成家)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려 받은 재산 없이 오직 혼자의 힘으로만 집안을 일으켜 세웠다”는 뜻입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아무 것도 없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욕을 잃고, 낙심해서 자포자기해 버릴텐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들을 잘 이겨내고 자기가 꿈꾸던 것을 현실로 이루어 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어디인가 반드시 당당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특히, 물설고 낯설은 이민의 땅에서 고생하면서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배워야 할 장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혼자서 일어섰다는 마음 때문인지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지나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어 주변의 사람들과 화광동진(和光同塵)하는 마음보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매사에 자신의 뜻을 반드시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그렇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기 혼자 일어선 것은 분명히 훌륭한 일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에 자기 스스로 혼자 일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결단코,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기억을 못할 뿐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자신이 잘나고 똑똑해서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모든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당신과 똑같은 길을 걸었던 누군가가 당신에게 은혜를 베푼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실수와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누구보다도 자수성가를 한 그 사람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에 어디선가 나타난 고마운 사람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잘 벗어난 경우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그것을 단지 자신의 행운이나 복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사람들은 하나님이 당신을 긍휼이 여기시고 보내 주셨던 천사들일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순수하게 자수성가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그것을 모를 뿐입니다.

외로운 오지(奧地)에서 힘들게 사역을 하던 젊은 선교사님이 있었습니다. 신학교를 갓 졸업하고 주님을 향한 열정 하나만 붙잡고,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 가서 그곳의 미개한 원주민들과 고군분투하며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감사하고 신비로웠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처음의 열정과 패기는 꺾여 버리고, 짜증스러운 일들만 반복되었습니다. 아무리 복음을 힘있게 전해도 제대로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비윤리적이고 미신적인 풍습을 바꿔 보려고 죽도록 노력을 해도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교지가 원래 그렇다는 것을 머리 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막상 직접 살아보니 당황스럽고, 힘들어서 구역질이 날 정도였습니다. 타락한 서구문명의 사람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순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기적이었고, 교활했으며, 배타적이고, 비인간적이었습니다.

환경도 처절할 만큼 척박했습니다. 오랜 가뭄과 기근이 지속되면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게으른 원주민들을 잘 설득해서 시작했던 공동체 농장도 이미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붉은 땅으로 말라 버렸습니다. 자신의 사재를 싹싹 털어 구입했던 가축들도 모두 폐사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서 어렵게 세웠던 교회 건물이 급류에 떠내려가버리고 마을도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절망스러웠습니다. 젊은 선교사는 원주민들을 잘 달래서 복구활동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탈진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마을 어귀에 있는 한 높은 산 위에 올라가서 맞은 편에 우뚝 선 절벽을 향해 울부짖었습니다. “하나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미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간절히 당신이 필요합니다”(Oh, Lord, Please help me. I’m going crazy. I desperately need you.)

이 막막한 땅에서 누가 자신의 고함에 귀 기울여 주겠습니까? “주님, 당신이 필요합니다”(Lord, I need you), 눈물을 떨구며 울부짖었는데, 갑자기 맞은 편에서 자신과 똑같은 절규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I need you.) 자신의 외침이 절벽에 부딪쳐서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이 선교사에게 그 소리는 마치 하나님의 절규처럼 들려왔습니다. “I need you”(나는 네가 필요하단다.) 자신의 소리가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도 간절해졌습니다. 순간 그는 깨달았습니다. “아, 하나님도 내가 필요하시구나!” 자기만 힘들어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하나님도 자기를 간절히 필요로 하신다는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I need you!” 하나님의 간곡한 부르심이 이 젊은 선교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서서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사역을 끝까지 잘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필요로 하십니다. 우리만 하나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우리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신학 용어 중에 “신인협력설”(Synergis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이 협력해서 구원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하나님이 절반, 그리고 인간이 절반의 책임과 의무를 감당해야 구원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말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인 순종과 헌신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생각이나 도움이 없어도 언제든지 당신의 뜻과 계획을 이루실 수 있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말 그대로 전능하신 분입니다. 그러나 임마누엘의 하나님은 우리가 언제든지 하나님의 뜻에 복종해서 순종하고 헌신할 때, 우리를 통해 더 크고 놀라운 역사를 이루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그 예로,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창조를 다 끝내신 후에 당신이 만드신 동물들과 세상의 피조물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사명을 “아담”에게 맡기셨습니다. 천지 창조 완성의 기쁨과 감동을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형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간 무기력한 동생 “요셉”과 함께 그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구원해 내시는 놀라운 일을 이루셨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집트 주변의 모든 민족들도 극심한 가뭄에서 함께 건져 주셨습니다. 히브리 동족들과 이집트의 동료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숨어 지내던 늙은 목자 “모세”와 함께 출애굽의 전무후무한 역사를 만들어 내시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멈춰버린 아합 왕의 시대에는 “엘리야”라는 미력한 선지자를 불러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850명과 극적인 대결을 벌여 그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엄청난 승리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찾으셔서 언제든지 그와 함께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가십니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자기 자신을 무시하고 낮잡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능력 있는 대단한 사람을 찾으시는 분이 아니라, 형편없지만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순종의 사람들을 원하십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심장병에 각종 질환을 몸에 달고 살아가는 형편없는 약골이었습니다. 똑똑하지도 못했고, 특별한 재능도 없는 형편없는 “어리보기”였습니다. 수술도 자주 받고, 골골해서 무기력했던 저를 긴 병 간호에 지치신 어머니께서 무작정 하나님께 드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고쳐 쓰실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달라고 통째로 떠맡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을 받으셨습니다.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저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저를 위해 길을 내시고, 다듬으시고, 은혜의 강으로 몰고 가셨습니다. 항상 뒤처지는 답답한 인생을 살던 제가 한번은 하나님의 성전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죽었으면 좋겠다”고 반나절을 눈물로 기도했는데, 하나님의 응답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습니다. “나는 네가 필요하단다.” 그리고 그 음성이 저를 새롭게 해주었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다 필요로 하십니다. 그 음성을 듣는 복이 이 사순절 기간에 여러분들 모두에게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