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칼럼 목록가기

February 5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주님의 말씀 따라

어느 목사님이 결혼하기 전인 목사 초년병 시절에 경험했던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그 목사님이 어느 날 밤에 교회 사택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시커먼 복면을 쓴 강도가 한 밤 중에 침입해 들어왔습니다. 강도는 날카로운 사시미 칼을 자고 있던 목사의 목에 대고 굵은 목소리로 위협했습니다. “움직이지 마, 소리지르면 이 칼로 요절을 낼 줄 알아!” 깜짝 놀라 눈을 뜬 목사는 날카로운 칼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강도는 그 남자가 목사인 줄 모르고 좀 더 확실하게 겁을 주려고 거친 욕을 퍼부면서 칼 끝으로 가볍게 그의 목을 찔렀습니다. 목사는 잔뜩 겁에 질려 눈알이 터질 만큼 눈을 꽉 감고 연신 굽실거리며 “예, 알겠습니다!”만 반복했습니다.

강도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목사에게 신경질적으로 명령을 내렸습니다. “얼른 저쪽으로 가서 얼굴을 벽에 대고, 두 손 높이 들고 붙어있어! 만약, 새 눈을 뜨거나, 뒤돌아보면, 너는 그 길로 황천길 가는 줄 알아. 알았어?” 목사가 “예,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한 후에 쏜 살같이 달려가서 이마를 벽에 대고 두 손을 높이 든 후에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습니다. 찔끔찔끔 바지에 소변을 보며 두 눈을 꼭 감고 벽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 여름철의 매미 같았습니다. 강도는 자기의 말을 잘 듣는 목사를 보고 흐뭇해하며 방 안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집 안을 뒤져봐도 훔쳐갈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없어도 이렇게 없는 집구석은 처음 보았습니다. 반 시간 가량 땀을 뻘뻘 흘리며 찾을 만한 곳은 다 찾아 보았는데도 땡전 한 푼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강도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혼자 말로 거칠게 푸념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한참 동안 땀 흘리며 개고생을 했는데, 아무 것도 건진 것이 없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신경질이 났겠습니까? 강도는 씩씩거리며 주인 놈을 족쳐볼 생각으로 힐끔 쳐다보았는데, 놀랍게도 목사는 한 시간 동안 자기가 말한 그대로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높이 든 채, 벽에 딱 붙어 있었습니다. 강도는 그 모습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영락없는 못난이 인형의 뒷모습이었습니다.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을 보며 그가 딱해 보이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목사를 불렀습니다. “야, 너, 이리 좀 와봐.” 그러자, 목사는 바짝 얼어서 두 손을 높이 든 채로 재빨리 강도에게 튀어 왔습니다. 강도가 말했습니다. “야! 손 내리고 나 좀 똑바로 쳐다 봐. 너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서 나를 열 받게 만드냐?”

강도가 퉁명스럽게 목사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너 직업이 뭐야?” 그러자 목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목사입니다.” 뜻밖의 대답에 놀란 강도가 긴장해서 담뱃불을 끄고 말투를 바꿔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강도의 어머니도 교회에 다니시는 권사였기 때문입니다. “아니, 목사님이십니까? 도대체 교인이 몇 명이길래 이렇게 청빈하세요?” 목사가 부끄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한 열 명 정도 됩니다” 강도가 다시 물었습니다. “몇 년 동안 목회를 하셨는데요?”, “한 십년 정도 했습니다” 그러자 강도가 훈계하듯이 말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목회를 어떻게 하셨길래 이 모양입니까? 목사님, 혼 좀 나셔야겠어요!” 그리고는 군대의 조교처럼 근엄한 목소리로 목사에게 구령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열중 쉬어!” 그러자 목사가 진땀을 흘리며 빠르게 강도의 명령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강도는 목사님을 아이 다루듯이 야단치기 시작했습니다. “목사님, 새벽기도는 해요?” 목사가 대답했습니다. “교인들이 별로 없어서 쉬고 있습니다.” 그러자 강도가 답답한 마음으로 꾸짖었습니다.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니, 목사님, 성도가 없으면 없을수록 새벽에 더 일찍 나가서 혼자서라도 기도하고 하나님께 교회를 부흥시켜 달라고 매달려야지요! 그냥 자빠져 자니까 목회가 변하는 게 없지요! 뭔, 목회를 그 따위로 하세요!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열중 쉬어…”

한 동안 목사를 쥐 잡듯 잡은 강도가 다시 물었습니다. “금요일 날, 철야기도회는 드리시나요?” 땀에 흠뻑 젖은 목사가 다급하게 떨면서 말했습니다. “그것도 교인들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강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 모양이지! 뭔 목회를 그 따위로 해요?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열중 쉬어…” 다시 목사가 강도의 구령에 맞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반복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한참 동안 목사를 훈계한 강도는 근엄하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택을 떠났습니다. “목사님, 내가 다음 번에 다시 와서, 그 때도 이 모양이면 정말 그때는 죽을 줄 아십시오! 아니, 무슨 목회를 그 따위로 해!” 강도는 연신 꾸짖는 말을 하며 떠났고, 그날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지옥을 경험한 젊은 목사는 일기장에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하나님은 무섭지 않았는데, 강도님은 정말 무서웠다!” 나중에 목사님이 자신의 모습을 곰곰이 되새겨 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언제나 우습게 알면서, 강도가 하는 말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눈을 뜨지 말라고 하니까, 마치 눈이 없었는 사람처럼 눈을 감았습니다. 뒤돌아보면 죽인다고 하니까 주구장창 벽만 바라보았습니다. 강도의 구령에 맞춰서 한 말씀도 놓치지 않고 “차려! 열중 쉬어!”를 반복했습니다.

“누가복음”은 누가 한 말인지 관심도 갖지 않았는데, “강도복음”은 세미한 음성까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다 따라한 것입니다. “강도님의 말씀이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내가 강도님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준행하리이다” 영락없는 강도 신봉자처럼 강도의 말에 순종한 것입니다. 이 목사님은 이 사건이 있고 나서 하나님께 깊이 회개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강도가 말하는 것의 절반만이라도 순종하고, 그대로 행했더라면 얼마나 목회가 재미있고, 변화가 많았을지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는 깊은 반성을 했습니다. 그날 밤, 갑자기 임하신 강도님이 이 목사님의 부족한 목회를 거듭나게 도와준 것입니다.

누군가 웃음과 생각을 주려고 각색한 이야기 같은데, 눈을 감고 그 내용을 곱씹어 보면 우리들의 신앙생활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세상의 눈치를 보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집중합니다. 항상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주판알을 튕기며 계산하는데 익숙합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