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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4

삶을 반추하는 작은 생각들


“Repetita Iuvant” (반복은 유용하다)

사람은 언제나 반복을 통해 배웁니다. 반복없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태아가 어머니의 몸 속에 있을 때는 숨을 쉬지 않습니다. 태반과 탯줄을 통해서 어머니로부터 산소를 공급 받습니다. 어머니가 산소를 들이마시면 태아도 산소를 들이마시고, 어머니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태아도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발산합니다. 어머니와 한 숨이 되어 함께 호흡을 합니다. 그러다가 27주쯤 되면 태아의 횡격막과 흉부 근육이 발달하면서 어머니가 숨을 들이마시고 배출할 때마다 어머니의 숨을 흉내내기 시작합니다. 아직 태아는 어머니의 양수 속에 있고 자신의 폐 속에도 물이 가득 차 있어서 코로 숨을 쉴 수는 없지만, 스스로 자신의 근육을 이용해서 어머니처럼 숨을 쉬는 행동을 모방하고 연습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간호사가 아기의 궁둥이를 때려서 숨통을 트는데, 그러면 아기는 그때부터 그동안 반복적으로 배웠던 숨 쉬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호흡하는 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통해서 감정표현 방법과 음식 취득 습관 그리고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미 충분히 배우고 익힌 다음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숨쉬는 연습을 하다가도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마음을 졸이거나 호흡을 멈추면 뱃속에서 태아도 함께 긴장하면서 숨 쉬는 행동을 멈춘다고 합니다. 소음이나 비명소리를 듣게 되면, 어머니를 따라 함께 불안해하고 불편해 합니다. 어머니와 같은 감정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반응하는 표현과 느낌도 태아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답습합니다. 어머니가 기뻐하면 함께 웃고, 어머니가 슬퍼하면,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뱃속의 태아는 출산 전에 이미 어머니를 통해서 모든 것을 반복적으로 배우고 익힙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어머니가 함께 사는 남편에 대해 갖는 감정이 곧 태아가 아버지에게 갖는 감정과 동일합니다. 남편이 임신한 아내를 잘 받들고 사랑으로 돌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숨 쉬는 것과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감정들이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 학습되는 것이라면, 그 밖의 다른 의지적인 노력(intentional effort)이 있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반복적인 연습의 결과입니다. 어떤 청년이 자신의 죽은 후의 모습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죽은 모습을 보고 싶다면, 옆 사람에게 부탁해서 잠자는 모습을 촬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죽음도 어느 날 갑자기 단번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매일 반복적으로 잠자는 행위를 통해서 죽음을 연습하고 배워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틴어 속담에 “잠은 죽음의 형상이다”(Somnus est imago mortis)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죽음을 연습합니다. 연습이 충분히 다 끝나면, 하나님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고, 아직도 연습이 필요하다면, 계속 이 땅에 남아서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잠은 무장해제를 의미합니다. 잠들면 다른 사람들이 뭔 짓을 해도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습니다. 학창시절에 교회에서 수련회를 가면 먼저 잠들지 않으려고 주리를 틀며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잠들게 되면, 친구들이 다 달라붙어서 사인펜으로 얼굴을 도화지 삼아 별의별 낙서를 다 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전도사 시절에 야외로 수련회를 갔었는데, 일찍 잠들었다가 제가 담당하던 중학생 악동 놈들의 만행으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아침예배를 인도했는데,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이 짓궂게 공모하는 바람에 기가 막힌 모습으로 거룩한 표정을 지으며 설교도 하고, 성찬식도 인도 했습니다. 어릿광대같이 낙서로 도배된 제 얼굴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스레를 떨면서 웃음을 참고 앉아 있던 치기어린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도 머리 속에 새롭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잠을 통해 사람들은 훗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은 “영면”(永眠)입니다. 영원한 잠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죽음을 연습하면서도, 죽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사람들은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원래 그런 재주가 없다”는 말을 자주 반복합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사람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복해서 노력하면 누구나 재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옛말에 “머리 좋은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복적인 노력은 언제나 사람을 왕도에 이르게 합니다. 아무리 서툴고 재주가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3주”를 반복하게 되면 몸에 습관(習慣)으로 정착하게 된다고 합니다. 불편한 말도 어색하지만, 21일을 반복하게 되면, 편안한 자신의 말이 됩니다. 가족들에게 날짜를 정해서 3주 동안 매일 사랑을 고백해 보십시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사랑의 사람”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 옛날 깊은 산중에 내려서 몇 십 년 동안 녹지 않고 거대한 나뭇가지에 쌓인 작은 눈송이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에는 굵은 고목나무를 부러뜨리는 “설해목”(雪害木)이 됩니다. 매일 몇 초 씩 늦는 시계의 초바늘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일년 뒤에는 한 시간 이상 늦는 고물시계가 되고 말 것입니다.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이 언제나 최고의 결과를 낳습니다.

신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매일 쉬지 않고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 깊은 영성을 가진 성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사도바울은 자신의 젊은 후배 사역자 “디모데”에게 신앙훈련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디모데전서 4:8). 포기하지 않는 반복적인 신앙의 경건 훈련이 깊은 신앙으로 인도한다는 말입니다. 사순절(Lent) 절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이전에 40일 동안 우리의 신앙을 다잡고, 하나님 앞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마음과 삶을 연마하는 귀한 시간입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사하시기 위해서 십자가를 짊어지신 우리 주님의 마음을 깊이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출처 : 크리스찬타임스(http://www.kctusa.org) | 아틀란타 소명교회 김세환 목사